구슬 꿰는 마음으로: AI 시대의 코딩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Gemini를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문득 이 옛 속담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의 Gemini는 저에게 끝도 없이 많은 ‘코드’라는 구슬을 쏟아내 줍니다. 예전 같으면 하나하나 깎아서 만들었어야 할 귀한 구슬들이 이제는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해졌죠.
하지만 그것들이 흩어져만 있다면 그저 데이터 조각일 뿐입니다. 결국 그것을 하나의 온전한 무언가로 꿰어내는 것은 여전히 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스스로를 ‘창작자’ 라고 정의하고 싶어집니다.
‘OK’ 버튼 그 이상의 가치#
물론, AI가 짜준 코드를 보며 엔터 키나 OK 버튼을 누르고 있다 보면 묘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는 그저 밥 먹고 OK 버튼만 눌러주는, (생산적인) 응가💩 생성기에 불과한가?”
그래서 더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노력합니다. AI가 쏟아내는 구슬들 사이에서 어떤 색을 골라내고, 어떤 순서로 꿰어야 아름다운 목걸이가 될지 고민하는 것. 내 모든 감각과 두뇌를 그 ‘기획’과 ‘의도’ 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안 그러면 내가 정말 인간 개발자인지, 아니면 그저 데이터가 들어가면 결과물을 뱉어내는 생산적 알고리즘에 불과한지 고뇌의 늪에 빠질지도 모르거든요. (뭐, 어쨌든 결과물은 나오니까 ‘매우 생산적인 존재’라며 스스로를 토닥여봅니다. 😄)
코드가 사라진 자리, ‘의도’만 남다#
생성형 AI가 코딩의 비용을 0으로 수렴시키고 있는 지금,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중요한 건 ‘How(어떻게 구현하냐)‘가 아니라 ‘What(무엇을 만드냐)‘이다.”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깃허브 저장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whenwords 라는 곳인데, 놀랍게도 코드는 한 줄도 없이 오직 ‘명세서(Spec)‘만으로 이루어진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입니다.
이걸 보고 저도 비슷한 실험을 시작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름하여 history-of-video-game 입니다.
🔗 Github: bebechien/history-of-video-game
게임의 ‘설계도’라는 구슬을 모으다#
제가 처음으로 고른 구슬은 고전 명작 Pong 입니다.
이 저장소가 앞으로 어떤 목걸이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출시된 게임들의 명세서를 하나씩 모아볼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 명세서가 어떻게 보석으로 변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제미나이가 구현한 이 링크를 한번 클릭해 보세요.

지금의 기술로 만드는 방법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간단합니다. gemini.google.com에서 ‘Canvas’ 기능을 켜고, 게임 명세서(pong.md)를 쓱 건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딱 한 마디, “이 게임 만들어줘(Build this game)” 라고 주문하면 마법처럼 코드가 완성되죠.


코드는 AI가 언제든, 몇 번이고 다시 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게임이 ‘어떤 규칙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라는 본질적인 논리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Pull Request든, 새로운 게임 요청이든, 작은 기여든 언제나 환영입니다. 함께 구슬을 꿰어보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
어쩌면 미래에는 앱 스토어에서 완성된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일이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SNS에서 친구가 올린 게임의 ‘명세’를 보고, “어? 이 규칙 재미있겠는데?” 하며 가져와서 나만의 스타일로 변형해 플레이하는 것이 보편적인 놀이 문화가 되지 않을까요?
이미 Astrocade 같은 서비스들이 그런 실험적인 미래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구슬은 넘쳐나는 시대, 여러분은 오늘 어떤 보배를 꿰고 계신가요?